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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생활의 공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능을 잘 살려 오랜 세월 손때가 묻도록 사용한 부엌이라면 더욱 좋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깨끗한 행주가 몇 장 걸려 있고 하얀 타일이 반짝반짝 빛난다. 구역질이 날 만큼 너저분한 부엌도 끔찍이 좋아한다. 바닥에 채소 부스러기가 널려 있고, 실내화 밑창이 새카매질 만큼 더러운 그곳은, 유난스럽게 넓어야 좋다. 한 겨울쯤 무난히 넘길 수 있을 만큼 식료품이 가득 채워진 거대한 냉장고가 우뚝 서 있고, 나는 그 은색 문에기댄다. 튀긴 기름으로 눅진한 가스 레인지며 녹슨 부엌칼에서 문득 눈을 돌리면, 창 밖에서는 별이 쓸쓸하게 빛난다. - 요시모토.. 더보기
빈틈이 채워진다.? "저, 조금 변했나요?" 요노스케의 질문에 교코가 품평을 하듯 요노스케를 바라보더니 "응, 변했어"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응. 요노스케 군이 지금 이리로 이사를 온다면 난 아마 말을 안 시킬 거야." "에!? 왜요?" "......모르겠어. 지금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 "인상이 나빠졌다는 뜻인가요?" 라고 요노스케가 물었다. 교코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죠?" "으음...... 갓 상경했을 때보다......" "때보다?" "......빈틈이 없어졌다!?" "빈틈?" "그래, 빈틈." "저기,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저는 늘 사람들한테 '넌 빈틈투성이야' 라는 말을 듣는데요." "아, 물론 그렇긴 하지. 요노스.. 더보기
오랜만에 책을 사다. 지난번에 책을 산지도 오래 되었고. 이적 새앨범이 나오기도 했고. 써야할 이유도 있어서. 이래저래 책들과 음반을 하나 샀다. 사실. 지난번에 샀던 책도 아직 다 못읽었는데. 다음번에 책을 사게되면 아마도 내년 봄이나 될거 같으니 그때까지 읽는다 생각하지 뭐. 근데. 이적 새 앨범이 책보다 주는 만족도가 더 높다. 아오. 시작은 책이었지만. 끝은 이적 새앨범 얘기로 끝이구나. 어쨌거나 끝. 더보기
책을 좀 읽어야겠다. 요새. 정신없이 바빴던 3월도 막바지가 다가오니 조금은 정신줄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직도 회사에서 쓰는 노트에는 하루 열줄이상 일거리가 적히긴 하지만...... 그럼 착각인건가..?;) 뭐 암튼. 어제 영화보러 가기 전 지하철에서 저 사진 중의 책 한권을 읽기 시작했고 간만에 보는 책이어서 그런가.. 영화 보기 전까지 계속 보고 있었다. 아. 맨 윗 사진인 '청춘의 독서' 는 정한이가 빌려줘서 고맙게 잘 읽은 책. 푸념만이 아니라 한번쯤은 진지하게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 를 생각하게끔 해줌과 동시에, 종이에 적힌 활자를 읽는. 글자 그대로의 '독서' 에 대한 갈망을 불어일으켰던 책이다. 비록 이래저래 나태해짐과 지름질에 정신 못차리고 봄바람이 살랑부는 이제서야 다시금 맘을 잡아보려.. 더보기
당신, 거기 있어도 괜찮겠어요? 언제까지고. 늘. 항상. 어딘지도 모르는 '거기' 에 있겠노라고 다짐하고, 말하고, 끄적였다. 제목에 이끌려 아무 이유없이 구매했던 책. 책의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그러라고, 혹은 그러자고 하지 않는 이상 '거기'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것 같다. 누군가가 내게 늘 거기에 있을거라 장담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묻고싶다. '당신, 거기 있어도 괜찮겠어요?' 라고. 목적없이 그리 있는게 분명 쉬운일은 아니기에.. 이미 한번쯤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지르며) 살아가고 어느순간 내 공간이었던 sinsang.net 이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온 요즈음. 얼마 찍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쌓여가는 사진을 그냥 둘 수 없어. 이 죽어있던 공간에 도망치듯 다시금 웅크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