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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빈틈이 채워진다.?

"저, 조금 변했나요?"
요노스케의 질문에 교코가 품평을 하듯 요노스케를 바라보더니 "응, 변했어"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응. 요노스케 군이 지금 이리로 이사를 온다면 난 아마 말을 안 시킬 거야."
"에!? 왜요?"
"......모르겠어. 지금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
"인상이 나빠졌다는 뜻인가요?" 라고 요노스케가 물었다.
교코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죠?"
"으음...... 갓 상경했을 때보다......"
"때보다?"
"......빈틈이 없어졌다!?"
"빈틈?"
"그래, 빈틈."
"저기,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저는 늘 사람들한테 '넌 빈틈투성이야' 라는 말을 듣는데요."
"아, 물론 그렇긴 하지. 요노스케 군이 빈틈이 많은 건 확실해.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게 점점 채워진 것 같다고 할까......"
"왠지 어중간하네요."
"맞아, 그렇게 어중간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로 요노스케 군이 아닌 거지. 그 부분을 잘 간직해야 해."
"어떻게 하면 어중간한 걸 간직할 수 있나요? ......아니, 잠깐만. 그보다 그런 건 간직하고 싶지도 않아요."
허둥거리는 요노스케를 보며 교코가 웃음을 터뜨렸다.
"약속 있다면서?"
"아, 맞다."
구라모치에게 자전거로 2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자전거를 타기도 전에 이미 10분이나 지나가 버렸다.
교코에게 작별을 고하고 요노스케는 자전거를 세워둔 1층으로 내려갔다. 자전거를 구르며 달려가는데 왜 그런지 맨션에 처음 도착했던 날이 떠올랐다.
인도 유학을 다녀왔다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교코 앞에서 자기는 요노스케라는 이름의 내력밖에 할 얘기가 없다며 몹시 부끄러워했다.
"무슨 소리야. 앞으로 온갖 것들이 늘어날 텐데."
교코는 분명 그런 말로 위로해주었을 것이다. 그런 교코가 "그때보다 빈틈이 없어졌다" 고 말했다. 실제로 신변에 뭔가가 늘어났을 거라고 요노스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렴풋하게는 알 것 같았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자기 곁에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었다.

- 요시다 슈이치, 요노스케 이야기 中.

이것저것.
많은 잡다한 지식들을 알게 되고.
나이도 한살. 두살 먹게 되고.
내 집안에 집기들도 늘어나게 되었지만.

아직. 난. 빈틈이 참 많다.


지금의 어중간함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방황하고.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질까- 하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도 해보고.
어쩌면 사춘기 십대의 그것보다도 더 그러는 중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온갖 것들이 늘어나고.
지금처럼 이런저런 잡생각이 계속되고. 그에 답을 찾아가도.

여전히 빈틈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다.
아니. 좀 그러고 싶다.

허술함과는 다른. 그런 빈틈이.
그리고. 나만 그렇게 느끼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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